2009/06/18 23:08
길에서 만나다
내일 간단한 시험만 하나 보면 이제 첫 학기를 마친다.
한 학기 동안 시행착오도 많았고 가끔은 정말로 괴로워서 이 짓을 어떻게 3년 반을 하나 고민도 했었다.
생각해 보건대 나는 누군가의 머리를 밟고 올라가는 일은 그다지 성미에 맞지 않는 것 같다.
그게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, 타고난 성품이 그다지 경쟁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뜻이다.
오히려 좀 뺏기고 사는 게 더 마음이 편한 것 같다.
그럼에도 나는 욕심이 꽤나 많다.
하고 싶은 것도, 이루고 싶은 것도, 얻고 싶은 것도,
물질적 정신적으로 고루 많다.
이 불균형을 치유하기 위해 나의 소중한 이십대를 그렇게나 삽질을 해대며 보낸 것 같다.
어쨌거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,
나는 반드시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.
그러기 위해서는 법을 잘 알아야 하고, 다양한 사례에 법을 적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, 많은 판례를 읽어야 한다.
그렇게 생각한다면 고된 법공부도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.
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쌍한 것만 같던
지난 일주일 동안의 기말고사를 겨우 겨우 마치고 나서야 이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.
또한 나에게 가장 이익되는 방법에만 신경쓰기 보다는,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,
다소 미련하더라도 결국은 내가 행복해 질 길을 따라가야겠다.
그러니 외국법 수업을 듣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겠다.
우리학교 졸업생이 다른 학교 졸업생들과 차별화되고 장점으로 삼을 수 있을 만한 부분은
물론 외국법과 국제법, 국제지역법이겠으나
불행하게도 나는 그런 부분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으니
그 분야를 전공하지 않는다고 불안해 하지 않겠다.
선택과목인 국제법·국제거래법·노동법·조세법·지적재산권법·경제법·환경법 가운데
가장 관심이 가는 과목을 선택해야지 무조건 가장 만만한 과목을 선택하진 않겠다.
(라고 써놓고 보니 엄청나게 불안하구나... 과연 내가? ㅋㅋㅋ )
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한 학기를 마친 법학초학자로서는 그냥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.
고등학교 때 수능 선택과목을 결정할 때,
우리 학교는 사회문화와 정치 밖에 개설되지 않아서 대부분 사회문화를 선택하고 일부만 정치를 선택했었다.
그런데 한 친구가 자기는 세계사가 좋다면서 독학으로 세계사 공부를 해서 결국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.
탈춤부를 하던 아주 차분한 친구였는데 갑자기 그 친구 생각이 난다.
의대를 나와 의대교수를 하다가 갑자기 벤처기업을 차려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 씨의 경우에도,
그가 계속 의사를 했으면 지금과 같은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까.
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, 당선이 보장되다시피한 종로 출마를 포기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낙선하지 않았으면
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.
안철수 씨가 말하길, 자기 인생은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했다고 한다.
그래 그 말은 맞다. 하지만 그러한 시행착오로 얻은 것이 있다면 그는 성공한 인생이다.
아니 어쩌면 그는 서울대 의대 출신이라는 기득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.
나는 심지가 약하고 마음도 약하고 남의 말에 잘 휘둘리고 굳은 의지가 부족하여
항상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괴로워하고 자책하고 포기도 잘 한다.
이런 나이기에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옳다는 신념이다.
로스쿨 첫 학기를 마치며, 이 같은 결론을 내려본다.
수고했다 유지은.